고수들은 인맥관리도 칼같이 한다 |
‘인맥을 끊어라’ 책 펴낸 김영안 교수가 말하는 인맥관리법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인맥을 붙잡으려 애쓰지 말고 과감하게 끊을 것은 끊고 잡을 것은 잡으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지연, 학연 등에 의지해 인맥을 넓힌다면서 오히려 자기계발과 인맥관리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인맥을 끊어라’(도서출판 새빛)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낸 김영안(56) 교수. 그는 서울대와 연세대경영대학원을 나와 서울은행에 16년, 삼성SDS에 10년을 근무한 ‘베테랑 직장인’출신으로, 지금은 단국대 겸임교수로 벤처창업과 인터넷마케팅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특히 ‘삼성처럼 회의하라’‘삼성신화의 원동력, 특급인재경영’등 한국의 최고기업인 삼성의 조직과 관련된 저서 등을 여럿 펴냈다. 그런 김 교수가 갑자기 ‘인맥을 끊어라’‘뇌물을 바쳐라’라고 직장인 후배들을 선동하고 나선 것이다. 왜? ◆ 인맥을 끊어야 하는 이유 얼마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54.7%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략적으로 인맥을 관리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1주일에 7시간 20분, 9만3000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들이 인맥관리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그러나 그같은 투자가 과연 그만한 효용을 낼까? 김 교수는 “지금 자신을 둘러보라. 혹시 고향 친구나 동창, 직장 동료만 있지 않은가?” 라고 묻는다. 김 교수는 “그같은 선천적인 인맥은 인맥이 아니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선천적으로 맺어진 혈연, 지연 등과 자신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학연 등은 오히려 모든 일을 안이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어요. ‘한국적 인간관계’는 차라리 ‘정략적 계약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사람들을 사회적 ‘마마보이’로 만듭니다. ‘개인적 독립’에서 새로이 출발하지 않으면 인맥만들기는 없습니다.충무공 말씀대로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라고나 할까요?” 김 교수는 “성공을 위해서는 먼저 선천적인 인맥을 끊어야 창조적이고 전문적인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뇌물을 바쳐라 ‘내가 하는 일은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호감 다시 말해 단골 손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창조하는 것이다.(폴 스톤)’ 인간관계는 메아리와 같은 것이다. 일종의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인 것이다. 우리는 뭔가를 받고 나서야 답례를 생각한다. 먼저 주는 것에 무척 인색하다. 그것이 상냥한 인사나 미소가 됐든, 선물이 됐든…. 김 교수는 인맥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것이 기본 철칙”이라며 “더 나아가서는 받을 때까지 무한정 주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한다. 첫 만남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인상 깊게 남기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선물하기’이다. 김 교수는 “그 선물은 뇌물(賂物)이 아니 뇌물(腦物)이 되어야 한다”는 생소한 논리를 편다. “뇌를 움직이는 선물, 즉 진실하고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관계는 단순히 비즈니스에 써먹을 인적 사항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며 “이용해 먹을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훈기를 불어넣으려는 자세가 가장 좋은 선물이며 뇌물”이라고 강조한다. ◆ 실력 없으면 인맥도 포기하라 자기계발의 ‘계발(啓發)’은 논어에서 나온 것이다. 공자는 ‘분발하지 아니하면 열어주지 아니한다’(不憤不啓 不非不發)라고 했다. 이 문장의 끝 글자에서 ‘계발’이 나왔는데, 스스로 노력하여 얻어지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같은 논어를 인용하며 “인맥을 쌓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부터 계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실력이 없는데 좋은 인맥이 생길 리 없죠. ‘유유상종’입니다. 인맥만들기는 자기 계발과 병행돼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인맥만들기와 자기계발이 같이 갈 때 양쪽이 모두 성공하는 것이죠.” 김 교수는 “대부분의 인맥지침서가 ‘이렇게 접근하라’는 노하우만 소개하는 데 그친다”면서 요령보다는 다음의 5가지 덕목을 익히는데 골몰하라 조언한다. 기술, 지식, 지혜, 교양, 인간성이 그것이다. “명심하라. 인맥의 질은 자기 자신의 실력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 인맥의 99%는 관리다 김 교수는 “삼성에서는 최소한 2~3년 정도 공을 들이면서 인맥을 관리하며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비용도 지원해 준다”고 말한다. 그는 “당장 필요할 때 접근을 하면 누구나 경계심을 갖기 마련”이라면서 “길게 보고 비용을 투자해야 하며, 그 비용은 소비성이 아닌 수익성 비용으로 평소에 되로 주고 나중에 말로 받을 수가 있다”고 말한다. 인맥은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고도 한다. 김 교수는 “체계적으로 인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막연하게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것보다 그 사람의 출생, 경력, 직장, 성격, 가족사항까지 기록해 두면 편리하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관리하라는 것이지만 ‘사후관리’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 그 고리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것을 얻었다고 해서 대접이 소홀해진다면 그동안 공들여 쌓은 신뢰를 모두 잃을 수 있다. 마무리의 실패는 곧 패배다. 김 교수는 “비즈니스에서 최고의 신규고객은 기존고객이라는 격언이 있다”며 “있을 때 잘하라”고 조언한다. [ 인맥 만들기 십계명 ] 1. 항상 긍정적 태도를 가져라 2. 첫번째 접촉한 사람에게 당신에게 소개해줄 사람이 없는지 물어보라 3. 모든 사람을 잠재적 교제대상으로 생각하라 4. 항상 감사의 쪽지나 e메일로 마무리하라 5. 문지기(비서, 조수)를 공략하라 6. 한번 맺은 인맥을 영원히 지속하도록 노력하라 7.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이용하되 절대로 오용하거나 남용하지 마라 8. 당신에게 한 말을 허위로 진술하지 마라 9.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라 10. 인맥 명단에 올린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라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