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주 어렸을때 자폐증상이 좀 있었다. (이 사실을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하지만)
어차피 학교도 다녀야 하고 사람들을 피할 수 없었으니까 나중엔 점점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게 되고, 어차피 사회 생활을 할 거라면 잘 해보자며 스스로를 연기하게 되었지만.
아마도 이런 영향때문이라고 생각 하지만,
난 오랜시간동안 산속에서 사회와 완전 격리되어 혼자 지내기를 원해왔었다.
내가 고등학생때까지 꿈꿨던 산 속에서의 생활은,
철저히 사회와 격리되어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최대한 스스로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는....
어떻게 보면 방문이 열려있지만 사람들과 교류를 끊은 히키코모리 생활과 같았다.
사실 나의 초창기 이런 생각을 많이 좌우했던 (내가 상상한 나의 TO-BE 모습은) 책은
데이빗 소로의 '월든'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이 작가가 실제로 월든 호수에서 혼자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물론 한국에는 그렇게 넓은 호수는 없으므로, 나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산속에서
오두막같은 초가집을 짓고 나를 자연의 일부로 만들어 넣어서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을 그렸던 거다. (내가 상상한 자연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런 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회가 있는 산장으로 마음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타샤 튜더라는 할머니다.
처음으로 타샤튜더가 지은 책을 접한건 '타샤의 정원'이라는 책에서였는데...
타샤 할머니는 정말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고, 동물들과 즐거운 생활을 하고, 손녀들이나 가족들이 찾아오면 즐겁고 행복이 넘쳐 흐르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고 계셨다.
즉,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은 맞지만...
그 속에서도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한 사회를 구축해서 살고 계셨던 거다.
이후에 기르던 개 코기에 대한 동화책도 쓰시고...
또 사람들이 찾아오면 항상 기쁘게 맞이하고, 아름다운 꽃과 동물들, 맛있는 차, 즐거운 담소...
가 가득한 삶을 살고 계셨달까.
이번에 내가 이번에 빌려와서 읽은 타샤의 스케치북..을 보면서
더욱 자연스럽게 타샤 튜더의 모습이 나의 미래 워너비 할머니의 모습이 되었달까.
타샤의 스케치북은, 타샤가 기르던 강아지 코기나 고양이, 또 거위나 새들... 꽃, 찾아온 손녀 들을 타샤가 스케치북에 사랑을 듬뿍 담아 스케치 한 것을 간단한 타샤의 메모와 함께 보여주는 일종의 그림책인데...
뎃생이나 크로키 같은 그림을 좋아하는 내가 이 책에서 스케치 그림과 함께
타샤튜더가 남겨 놓은 글귀들을 함께 읽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책에 들어가있는 글귀 중 몇가지를 뽑아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첫째도 둘째도 스케치
그림을 잘 그리려면 스케치를 되풀이 해야 합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스케치입니다.
아무튼 스케치를 거듭해야 합니다.
도중에 싫증이 나더라도 계속하는 것, 오래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를 거듭할 수록 자신이 생깁니다.
지금이 제일 좋은 것 같아도 해마다 봄이 오면 아아, 올해 봄이 지난해보다 좋구나, 하고 느끼듯
해마다 더 좋아집니다. 정말 해마다 더 좋아 진답니다.
예전에는 뜻한 대로 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다시 그리면 된다고 너그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동물은 동물 답게
예를 들면 호랑이처럼 실물을 직접 볼 수 없는 동물은 사진을 보고 그리지만,
내 눈으로 실물을 보고 스케치 하는 것이 내 그림의 기본 원칙입니다.
동물에 둘러싸여 살아서 대부분의 동물은 모델로 모자라지 않습니다.
또 십대부터 농장에서 살면서 소와 닭을 돌봤기 때문에 소 젖은 어느쪽에서 짜는지,
마차는 어떻게 끄는지, 마른풀 더미는 어떻게 쌓는지 하나하나 알고 그리는 것도
내 그림의 장점인 것 같아요.
... (중략)
#3. 스케치북은 나의 보물
...(중략)
나는 스케치북에 내가 본 사물을 내가 본 대로 기록하고 간직합니다.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의 어린아이 때 모습, 이제 내 곁을 떠난 동물들이 내 눈에 비친 대로 그려져 있습니다.
삽화를 그릴 때나 좀 더 완성도 높은 그림이 그리고 싶어질 때면,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 안에 있는 스케치를 참고합니다.
때문에 스케치북은 나의 보물입니다.
-2005년 12월, 타샤튜더.
결정적으로 그녀의 스케치북을 보면...
아이를, 동물을, 그녀가 보는 풍경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이 보인다.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따듯해 지나보다.
나도 이 책을 보고 다시 스케치북을 들어서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앞으로, 한달에 한번씩 기억하고 싶은 풍경같은걸 기록에 남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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